우리는 하나의 파도다
어찌 보면 인간도 파도와 같다.
넓고 깊은 바다 위에 어느 순간 하나의 파도가 일어난다.
그 파도는 자신이 하나의 독립된 존재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기 있다.”
“나는 이것이고, 저것은 나와 다르다.”
그러나 파도는 바다를 떠나 존재할 수 없다.
바람이 불고 물결이 움직여 하나의 파도가 모습을 드러내듯, 인간 또한 우주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잠시 모습을 드러낸 존재인지 모른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나’라는 이름을 얻는다. 부모와 가족을 만나고,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하나의 삶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그 삶 속에서 성공과 실패를 만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기뻐하고 슬퍼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하나의 파도를 ‘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파도는 영원하지 않다.
높이 솟은 파도도 결국 낮아지고, 거센 파도도 언젠가는 잔잔해진다. 파도가 사라졌다고 해서 바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나의 물결이 자신의 모습을 다하고 다시 바다로 스러지는 것이다.
인간의 삶도 그러하지 않을까.
우리는 태어나 한 생을 살아가며 수많은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삶을 다하고 이 세상을 떠난다. 우리는 그것을 죽음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어쩌면 죽음은 거대한 바다에서 하나의 파도가 모습을 거두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잠시 일어난 하나의 파도다.
내가 가진 이름도, 지위도, 재산도, 명예도, 지금의 고민과 기쁨도 모두 이 파도 위에 잠시 나타난 물결일 뿐이다.
그러므로 너무 움켜쥘 필요도 없다.
높이 올라갔다고 영원히 높이 있을 수 없고, 낮게 가라앉았다고 영원히 가라앉아 있는 것도 아니다.
파도는 일어나고, 흔들리고, 부서지고,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우리의 인생도 그러하다.
결국 우리는 우주라는 거대한 바다 위에서 잠시 일렁이다 가는 하나의 파도다.
그리고 파도가 바다로 스러지는 순간, 어쩌면 사라지는 것은 파도라는 모양일 뿐이다.
바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우리가 왔다가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우리는 처음부터 그 거대한 바다와 떨어져 있었던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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