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음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그날 내가 두 번째 길을 잃었다고 하셨습니다.” 노래는 설명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고백으로 시작한다. 〈나의 길〉은 대중가요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은 한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철학적 진술에 가깝다. 그것은 성공한 가수의 회고가 아니라, 길 위에 선 인간의 존재 선언이다.
조용필 - 나의 길
이 노래가 특별한 이유는 분명하다. 여기에는 ‘성공 신화’가 없다. 대신 수십 번 길을 잃었다는 고백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은 단순한 방황이 아니다. 그것은 체제에서 벗어났다는 뜻이며, 부모 세대가 정해준 안전한 궤도를 이탈했다는 의미다. 특히 1960~70년대 산업화 시기, 음악을 직업으로 삼겠다는 선택은 모험에 가까웠다. 부모에게 그것은 ‘두 번째 실수’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이 노래는 왜 특별한가?
가사 속 나레이션은 거의 실제 고백에 가깝습니다.
“내가 음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내가 두 번째 길을 잃었다고 하셨습니다.”
이는 당시 한국 사회 분위기를 반영합니다. 1960~70년대, 음악은 안정된 직업으로 인정받기 어려웠고, 부모 세대에게는 ‘길을 잃은 선택’처럼 보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조용필은 실제로 수차례 무명과 좌절을 겪었고, 밴드 활동 금지와 공연 규제 등 어려움을 통과하며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래서 이 노래는 성공 이후의 자랑이 아니라, 길을 잃던 시절의 기억을 복기하는 노래입니다.
나의 길 - 가사
내가 음악을 하고 노래를 하겠다고 했을때 어머니는 그날 내가 두번째 길을 잃었다고 하셨습니다.
나는 두번이 아니라 사실은 세번, 네번 아니 수십번이나 이 세상에서 미아가 되었습니다.
잃어버린 길을 다시 찾고 또 잃어버렸습니다.
어머니는 늘 길을 조심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한발자국만 틀려도 우리는 서로 딴 곳으로 헤어진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어머니,
낯선 길은 언제나 절 유혹했고 그때마다 작은 소년은 미아가 됐습니다.
하지만 저는 혼자서 걸어왔고 이제 여기까지 왔습니다.
실망하지 않아요
이 길을 가다보면 찬란한 태양이 솟아오른 아침이 올꺼예요 어머니
지평선에 동이 텃잖아요 아침이예요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절규하며) 어머니~~
(노래) 거칠은 광야를 걸어가도 ~~ 후회나 눈물은 없~~~었네~~~~ 친구여~ 친구여~
눈부신 아침이 찾아오면 ~~터질듯 부풀은 저 태양속으로 아~~ 떠나가네
거칠은 광야를 걸어가도 후회나 눈물은 없~~~었네
친구여~~ 친~~구여~~ 친~~~~구여
그러나 이 노래는 변명하지 않는다.
“낯선 길은 언제나 절 유혹했고 그때마다 작은 소년은 미아가 됐습니다.” 여기에는 후회가 없다. 오히려 유혹을 인정하는 태도가 있다. 인간은 안정이 아니라 미지에 끌린다. 안전한 지도 위가 아니라, 표시되지 않은 공간에서 자신을 시험하고 싶어 한다. 이때 ‘미아’는 패배자가 아니라, 기존 질서의 바깥으로 나간 자다. 길을 잃었다는 말은 곧, 남이 그려준 지도를 따르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곡의 정서적 절정은 “지평선에 동이 텄잖아요”라는 구절에서 도달한다. 밤은 길을 잃은 시간이며, 동트는 순간은 기다림의 보상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희망이 세상을 향한 선언이 아니라, 끝내 “어머니”를 향해 외쳐진다는 점이다. 성공 이후에도 아들은 여전히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 절규에는 성취의 환희보다, 이해받고 싶은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 담겨 있다.
후반부로 넘어가면 분위기는 다시 바뀐다. “거칠은 광야를 걸어가도 후회나 눈물은 없었네.” 광야는 고난의 은유다. 그러나 그는 눈물을 부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감정의 부재가 아니라 선택에 대한 책임이다. 스스로 택한 길이라면, 그 대가 역시 스스로 감당하겠다는 윤리적 태도. 이것이 이 노래의 중심축이다.
그리고 반복되는 “친구여”. 이 호명은 단순한 동료를 가리키지 않는다. 그것은 같은 시대를 통과하는 모든 이들을 향한 연대의 신호다. 부모 세대와의 긴장 속에서 출발한 노래는, 결국 동시대를 향한 격려로 확장된다. 개인의 서사가 집단의 서사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나의 길〉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길을 잃은 적이 있는가. 혹은 잃을 용기가 있는가.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사는 삶과, 길을 잃더라도 스스로 선택한 방향으로 걷는 삶 사이에서 우리는 늘 흔들린다. 이 노래는 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말한다. “실망하지 않아요. 이 길을 가다 보면 찬란한 태양이 솟아오른 아침이 올 거예요.”
결국 태양은 자동으로 떠오르지 않는다. 광야를 건너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길을 잃은 자만이 지평선을 끝까지 바라본다. 그리고 그 순간, 한 인간은 비로소 자신의 길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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